이번 주 흥미로운 보고서 두 건이 눈길을 끌었다. 포브스가 선정한 세계 억만장자(billionaire) 리스트와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가계 순자산 추이가 그것. 

올해 억만장자의 반열에 오른 이들의 순자산 총액은 3조6000억달러. 1년 전 2조4000억달러에서 50% 뛰었다. 미국의 가계 순자산은 어땠을까. 지난해 4분기 가계 순자산은 54조2000억달러로 1년 전과 비교하면 고작 5.4% 늘어나는 데 그쳤다. 

물론 두 가지 수치를 단순 비교하는 데는 다소 무리가 있다. 우선 억만장자 수가 늘어났다. 때문에 순자산이 지난해 9억5000만달러(혹은 9억9999만달러)에서 올해 10억달러로 늘어난 이들은 포브스의 지난해 억만장자 순자산 총액에 포함되지 않았다. 전년 대비 총자산 증가율이 일정 부분 부풀려졌다는 얘기. 

억만장자의 재산은 대부분 금융자산으로, 구제금융을 시행하지 않았다면 상당수가 지금쯤 휴지조각이었을 것이라는 점도 단순 비교의 설득력을 떨어뜨린다. 

그렇다 해도 억만장자 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대다수의 갑부는 '개미'와 커다란 간극을 벌인 것이 사실이다. 왜일까. 

가장 큰 이유는 글로벌 주식시장의 강세 흐름이다. 지난해 3월 저점 이후 글로벌 주요 증시는 60% 내외로 급등하는 기염을 토했다. 그리고 억만장자의 면면을 보면 자산의 상당 부분이 주식이라는 사실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특히 상위 50위권에 오른 억만장자 중에는 월마트와 델컴퓨터, 아마존닷컴 등 특정 종목의 주가 상승과 함께 자산을 늘린 이들이 대거 포진해 있다. 

억만장자의 공통점은 주식을 투매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영원히 보유할 주식만 매입한다는 워런 버핏이 아니더라도 대부분의 억만장자는 장기 투자자다. 또 한 가지, 지난해 주식 투자를 대폭 늘린 점도 이들에게서 엿보이는 공통분모다. 
3월 바닥을 찍은 주가가 고공행진하면서 억만장자의 자산도 급속하게 불어났다. 

여기서 개미와 차이가 확연하게 드러난다. 글로벌 경제가 벼랑 끝 위기를 맞았던 2008년 후반과 2009년 초 일반 투자자는 주식을 내팽개쳤다. 특히 2008년 주식시장이 바닥으로 내리꽂혔을 때 주식형 뮤추얼펀드에서 빠져나간 자금은 2338억달러에 달했다. 그리고 주식시장이 전례 없는 활황을 맞았을 때 3763억달러에 이르는 뭉칫돈이 채권형 펀드로 밀려들었다. 지난해 초강세장에서 '단맛'을 본 개미는 극소수에 불과했다는 얘기다. 

최고의 수익률을 올린 자산을 보유한 이들이 그렇지 못한 이들에 비해 재산을 크게 불리는 것은 당연한 결과다. 눈여겨 볼 점은 억만장자의 마인드 컨트롤이다. 그들은 패닉장에서 두려움을 누르고 저평가된 블루칩을 매입, 시장에서 적정한 가치를 찾을 때까지 보유했다. 

주식시장은 참을성 없는 개미에게서 인내심이 강한 투자가에게 자산을 옮기는 시스템이라는 워런 버핏의 말이 다시 한 번 입증된 셈이다.